[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SK(034730)지오센트릭의 프랑스 자회사(SK Functional Polymer, S.A.S, 이하 SKFP)가 실적 악화로 2500억원 규모의 차입금에 대한 재무약정 사항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주단이 즉시 상환 요구권을 발동할 상황에 처했으나 가까스로 적용 유예(Waiver, 웨이버)를 받아 위기를 넘겼다. 다만 글로벌 석유화학산업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어 기한이익상실(EOD)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SK지오센트릭 울산공장 전경.(사진=SK지오센트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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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FP는 최근 재무요건을 미충족한 1억6100만 유로(한화 약 2512억원) 규모의 외화 차입금에 대해 대주단으로부터 일회성의 웨이버 공문을 받고 차입약정 미준수 사유를 면제받았다.
세부적으로 SKFP는 차입약정 사항 중 순차입금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비율을 충족하지 못했다. SKFP는 SK지오센트릭의 프랑스 현지 자회사로 고기능성 폴리올레핀 제품을 개발 및 공급하는 전문 기업이다.
웨이버는 계약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해도 일시적으로 적용 유예를 해주는 것을 말한다. 최근 이차전지와 석유화학, 건설업 등 업황 부진을 겪는 기업들의 재무 지표가 악화하면서 대주단으로부터 웨이버를 받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석유화학산업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재무약정 미이행에 따른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웨이버를 통해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향후 대주단이 재무약정 미이행을 이유로 즉시 상환을 요구하거나 금리 인상, 담보 요구 등 조건을 추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SK지오센트릭은 자금 여력이 충분한 만큼 만기 시 상환과 차환 등 다양한 옵션을 고려해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SK지오센트릭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1조2641억원으로 전년 말 1조830억원 대비 16.7% 증가했다.
특히 최근 아로마틱 계열의 파라자일렌(PX) 공급 감소로 PX 스프레드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재무약정을 다시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PX 5월 마진은 아로마틱 계열 수요 회복으로 17%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현금성자산과 단기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 만큼 필요 시 추가 차입도 가능한 안정적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주력인 PX의 스프레드 상승이 기대되는 만큼 EBITDA 개선에 따른 재무 약정 충족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차입금은 대주단과 협의를 거쳐 적용 유예를 받았다”며 “재만기 도래할 때는 자체적 상환 또는 차환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K 계열사의 재무요건 미충족 적용 유예사례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SK그룹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이차전지와 석유화학업황이 악화하면서 현금창출력이 크게 둔화한 것이 재무요건 미충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SKIET도 지난 1월 재무요건을 미충족한 3억 달러(약 4300억원) 규모의 외화 차입금에 대해 대주단으로부터 일회성의 웨이버 공문을 받고 차입약정 미준수 사유를 면제받았다.
해당 차입금은 SKIET가 지난 2023년 세계은행그룹 산하 국제금융기구인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폴란드 실롱스크주에 구축 중인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생산 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를 위해 차입한 ‘그린론(Green Loa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