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영국의 한 사모펀드(PEF)운용사가 글로벌 투자사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네덜란드의 시험·검사·인증·보정(TICC) 전문기업 NMi그룹의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ESG 확산과 기술 변화에 따른 인증 수요 증가, 단편화된 시장 구조가 맞물리면서 TICC 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뤄진 거래다. 현지 자본시장에서는 알짜기업인 NMi그룹이 향후 추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빠르게 확대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사진=NMi 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
|
영국계 사모펀드운용사 브릿지포인트는 네덜란드 기반의 TICC 전문 기업 NMi Group을 3억 유로(약 4656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미국계 사모펀드운용사인 르바인 라이트먼 캐피털 파트너스가 보유한 NMi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입찰에는 워버그핀커스와 유라지오, 신벤, 보우마크 등 복수의 글로벌 투자사가 참여했다. 브릿지포인트는 올해 하반기 안으로 인수 절차를 마무리지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37년 설립된 NMi그룹은 주유소 계량기와 전기·가스·수도 미터기, 의료기기 등 산업용 측정기기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규제 기준에 맞게 작동하는지 등을 확인해 인증서를 발급하는 기업이다. 현재 유럽 전역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산하에 8개의 브랜드를 두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보안과 스마트미터 등 디지털 계측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익 기반을 강화했다.
사모펀드운용사들은 NMi의 성장세와 유럽 내 TICC 산업의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 실제 TICC 산업은 유럽의 정교한 규제 환경과 ESG 및 탄소배출 측정 수요 증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증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평가받는다. 특히 유럽의 TICC 산업은 법적 규제가 정교한 만큼, TICC 기업의 가치가 여타 국가 대비 높게 평가된다.
그런 가운데 브릿지포인트는 이번 입찰에서 후속 M&A를 통한 성장 전략을 제시하면서 경쟁 입찰자들 사이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규모는 작지만 견고한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바이앤빌드(buy and build·하나의 핵심 기업을 인수한 후 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련 기업을 지속적으로 인수해 회사 규모와 기업가치를 빠르게 키우는 전략) 전략을 구사해 몸집을 대폭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세운 것이다. 브릿지포인트가 과거에도 TICC 기업인 ‘엘리먼트 매티리얼즈’를 M&A로 성장시킨 뒤 2022년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에 매각한 경험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한편 유럽 TICC 시장에 대한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의 관심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TICC 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은 단발성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의 규제 강화와 디지털 전환이 맞물리고 있기 때문에 이는 중장기적 M&A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