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대신자산운용이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 5-3구역 오피스를 선매입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신증권(003540) 을지로 본사(대신파이낸스센터) 매각이 아직 진행 중인데 그룹사에서 새 오피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공실 우려 등으로 매각 조건이 까다로워질 수 있어서다. 다만 대신증권은 다른 오피스 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 없다며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 서울 중구 삼일대로 343에 있는 ‘대신343’ 전경 (사진=네이버맵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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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아문디운용과 ‘을지로 본사빌딩’ 매각 협상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NH아문디자산운용과 서울 중구 삼일대로 343에 있는 ‘대신343’(대신파이낸스센터) 사옥 매각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다.
대신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옥 매각을 추진해왔다. 종합금융투자사가 되려면 별도 기준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어야 해서다.
종합금융투자사가 되면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지급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PBS는 투자은행이나 증권사가 헤지펀드 등 대형 투자기관에 제공하는 종합서비스를 말한다.
대신343 건물은 지난 2017년 6월 사용승인이 났으며 지하 7층~지상 26층, 연면적 5만3369.25㎡ 규모다. 서울지하철 2·3호선 환승역 을지로3가역에서 걸어서 5분,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걸어서 6분 걸린다.
매각 방식은 ‘세일즈 앤 리스백’(매각 후 임대)이다. 세일즈 앤 리스백은 자산 보유자가 자산을 매각한 후 이를 매수자로부터 임차해서 사용하는 거래 구조를 말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매각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최근 대신자산운용이 세운 5-1, 5-3구역 오피스를 선매입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신자산운용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세운 5-1, 3구역)에 개발 중인 업무시설을 ‘대신제56호일반사모자투자신탁제1호’(이하 대신제56호)로 선매입했다. 매도자는 이지스자산운용이며, 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 가량이다.
세운 5-1, 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에 지하 8층~지상 37층 규모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시설 등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현재 사업시행변경인가 단계에 와 있다.
이 사업은 내년 하반기 착공, 2030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기존 시공사는 태영건설이었으나, GS건설이 태영건설 지분을 인수하면서 시공사가 바뀌었다.
건물을 매입하는 펀드 대신제56호는 지난 3일 처음 설정됐으며, 만기는 오는 2033년 12월 31일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이 신탁업자를 맡고 있다.
 |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대 ‘세운 5-1, 5-3 재정비촉진구역’ 위치도 (자료=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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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이전 우려…인근 신축 오피스 많아”대신343의 잠재 매수자는 향후 이 건물에 공실이 발생할 리스크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세운5-1, 3구역 오피스 빌딩이 완공되면 대신증권이 새 건물로 이전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대신343에서 퇴거하면서 대거 공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서다.
게다가 서울 도심권역(CBD)에는 세운지구를 비롯한 여러 재개발 구역에 새 오피스가 줄줄이 들어선다. 오는 2026년 7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 87번지(공평15·16지구) 일원에는 지하 8층~지상 최고 25층 규모 업무·상업시설 2개동이 건축된다. 총 연면적은 14만3431.88㎡(약 4만3400여평)다.
같은 달에는 세운4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이 준공된다. 이 사업으로 서울 종로구 예지동 85번지 일대 지하 6층, 지상 15~20층 업무시설(오피스 및 오피스텔), 판매시설이 들어선다. 연면적은 31만2084.14㎡ 규모다.
이밖에도 오는 2026~2027년 이후에는 도심권역에 신규 오피스가 대규모로 공급될 예정이다.
상업용부동산 서비스회사 컬리어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에 오피스가 공급될 곳은 △을지로파이낸스센터(EFC, 을지로3가 제1·2지구) △서소문구역 제10지구(JB금융지주 인수) △서소문구역 제11·12지구(중앙일보 빌딩) △서울역-서대문 1·2구역 제1지구(옛 중앙일보·호암아트홀 개발)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2, 3-3구역 등이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서울 중구 일대 총 4곳 사업장이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무교다동 제29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 △세운 3-2, 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세운 3-8, 9, 10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세운 6-3-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이다.
이 구역들이 인허가 및 착공 과정을 모두 마치면 4대문 도심 내 업무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이 대거 들어서게 된다.
대신343는 위 오피스들이 완공된 시점에 상대적으로 구축이 돼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대신증권이 이 건물에서 퇴거해 대규모 공실이 발생할 경우 새 임차인을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고 업계에서 보는 이유다.
이에 따라 대신343 건물 매수자가 대신증권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매입 금액을 깎으려 하거나 대신증권에 임대차계약 기간을 장기로 늘릴 것을 요구하는 것 등이다.
다만 대신증권은 다른 오피스 빌딩으로 이전할 계획이 없다면서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을지로 사옥을 매각한 후에 다른 오피스로 이전할 계획이 없다”며 “증권사가 사옥을 갖고 있으면 자금이 묶인다는 단점이 있어서 증권사 중 사옥을 보유한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