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효성중공업(298040) 산하 건설사 진흥기업(002780)이 대부분의 공사 미수금을 사실상 손실처리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분양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미수금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진흥기업이 현금흐름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미수금 확대가 향후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진흥기업과 효성중공업이 공동 시공하는 해링턴 스퀘어 산곡역’ 투시도. (사진=진흥기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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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흥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미수금은 4094억원으로 전년 말 3303억원 대비 23.9% 증가했다. 진흥기업의 미수금에는 공사미수금과 분양미수금, 단기미수금, 장기미수금이 포함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공사미수금은 3500억원으로 같은 기간 2518억원 대비 39% 늘었다. 이에 따른 지난해 말 기준 공사미수금 장부가액은 1449억원이다. 공사미수금 손상차손 규모는 1757억원에서 2051억원으로 16.7% 증가했다. 손상차손이 전체 공사미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한다.
공사미수금은 도급받은 공사를 완료하거나 약속한 진행률에 도달했을 때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했지만 받지 못한 금액을 뜻한다. 손상차손은 자산의 회수 가능 금액이 장부상 가치보다 낮아질 때 발생하는 회계상 손실이다. 즉 진흥기업은 받지 못한 공사비 중 대부분을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셈이다.
문제는 미수금 손상차손이 재무건전성과 현금흐름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공사미수금과 낮아진 회수 가능성에 따른 손상차손은 기업의 현금 유입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미수금은 진흥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수금이 증가해 현금흐름을 둔화시켰고, 손상차손이 회계상 손실로 반영돼 현금창출력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악영향을 미쳤다.
진흥기업은 미수금 확대 여파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순유출로 돌아섰다. 진흥기업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536억원을 기록했다. EBITDA도 마이너스(-) 44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EBITDA는 이자와 세금, 감각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이전 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뜻한다.
업계에서는 미수금 불확실성이 진흥기업의 현금흐름과 사업 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수금 회수 가능성 저하로 신인도가 하락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이는 곧 사업 진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건설사는 신규 사업장 착공을 위해 자재비와 인건비를 선투자한다. 즉 미수금 회수가 원활하지 않으면 필수 비용에 대한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사업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미수금 손상차손이 크다는 것은 건설사의 채권 회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신호로 작용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또 미수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하청업체에도 공사비 지급이 지연될 수 있다. 협력사들의 현금흐름 악화로 공사 중단, 자재 납품 지연, 인력 축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업 경기 둔화와 금리 인상으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진흥기업 관계자는 “장부가액 기준 1449억원의 미수금은 향후 회수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