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오는 6월 롯데카드와 애경산업이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롯데카드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2022년 이후 3년 만에 희망 매각가를 2조원으로 낮췄고, 수출 위주의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애경산업도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 최대 몸값 5조원이 거론되는 골프용품 브랜드 테일러메이드도 이르면 다음달 중 티저레터(투자안내서) 배포를 앞두고 있어 모처럼 대형 매물이 많은 한 달이 될 전망이다.
몸값 낮춘 롯데카드, 리스크 우려 여전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이르면 다음달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매각을 주관하는 UBS는 최근 하나금융, KB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와 네이버, 카카오 등 전략적 투자자(SI)에게도 매각 티저레터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MBK파트너스가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를 통해 보유한 지분 59.8%다.
롯데카드의 예상 매각가는 2조원 수준이다. 당초 MBK파트너스가 희망하던 매각가는 3조원으로 알려졌으나 고금리와 경기 둔화 등 대외 환경 변수로 인해 눈높이를 낮췄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2019년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00억원에 인수했고, 2022년 한 차례 매각이 무산된 후 이번에 재차 매각에 나섰다.
MBK는 몸값을 낮춰 빠른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적 악화와 부실대출 우려 등 리스크도 만만치않은 상황이다. 롯데카드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43억원으로 1년 전보다 42.4% 감소했다. 고금리 상황에서 조달 비용이 상승했고 대손충당금을 쌓으며 순이익 규모가 급감했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로 올해 1분기 793억원의 부실채권이 발생했고, 매출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팩토링 대출에서 786억원의 부실이 생겼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카드에 대해 “팩토링은 일부 장기대출 구조로 운영되고 회수 리스크가 크다. 특히 홈플러스 등 대주주 특수관계자 관련 부실이나 거액 부실이 반복될 경우 리스크 관리 평가 측면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최근 금리가 하락했으나 조달비용 부담이 여전히 과중해 실적 개선 역시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알짜’ 애경산업…몸값 6000억원 고평가 논란애경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애경산업도 6월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최근 국내 화장품 대기업과 중견기업,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원매자들에게 투자설명서(IM) 배포를 마쳤다. 이번 매각은 애경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AK홀딩스 등이 보유한 지분 63%다.
애경산업은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한 그룹의 모태사업이다. 화장품 브랜드 ‘루나(LUNA)’, ‘에이지투애니스(AGE20’S)’, 생활용품 ‘2080’ ‘케라시스’ 등의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511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각각 10.7%, 6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화장품 사업 매출은 459억원,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각각 27.2%, 88.4% 급감했다.
애경산업의 강점은 수출 비중이 높고, 특히 중국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점이다. 애경산업의 캐시 카우로 꼽히는 화장품 사업은 전체 매출의 70%를 수출에서 내는데, 이중 중국 시장 비중이 80%에 달한다. 최근 K-뷰티 매물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이에 글로벌 사업 확장을 고려한 해외 SI나 사모펀드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애경 측의 희망 매각가인 6000억원에 대해선 고평가 논란이 있다.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 3742억원 수준에 그친다. 1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인 탓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하더라도 다소 괴리가 있다. 다만 자금 조달 부담이 적은 1조원 미만의 중형 매물이라는 점에서 매각 성사 가능성은 높게 평가되기도 한다.
최대 5조원의 몸값을 노리는 테일러메이드 역시 이르면 다음달 티저레터를 배포한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지분 100%다. 이후 예비입찰을 진행한 뒤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를 추려 본입찰을 진행해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매각 주관사는 JP모건과 제프리스가 맡고 있다.
앞서 센트로이드는 지난 2021년 미국 KPS캐피털파트너스로부터 17억달러(약 1조9000억원)에 테일러메이드를 깜짝 인수한 바 있다. 당시 신생 사모펀드에 가까웠던 센트로이드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신협중앙회, F&F(383220) 등의 출자자(LP)에게서 펀드 자금을 모아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