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대략 6년 전부터 홈플러스를 향한 국내 신용평가사의 경고가 이어진 셈이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잠재적 자금이슈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향을 오히려 기업회생절차 개시의 기회로 사용했으며, 과연 등급 하락 방어에 적극적이었는지 의문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가운데 서울 한 홈플러스가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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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은 우량 기업의 상징인 ‘AA-(안정적)’를, 단기 신용 등급은 최고 수준인 ‘A1’ 등급을 평가받았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당시 약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총 거래금액의 절반 이상인 4조3000억원 가량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더불어 인수금융 중 1조2000억원은 홈플러스가 차입하기로 했다. 실질적인 인수부담이 홈플러스에도 전가되면서 신평사들은 2015년 10월 수시 평정을 통해 홈플러스의 단기 신용등급을 ‘A2+’로 낮췄다.
또 코로나19 이후 유통업이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개편됐지만 홈플러스는 이같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사업경쟁력 약화를 겪었다. 이에 따라 단기 신용 등급은 △2019년 8월 A2 △2020년 8월 A2- △2022년 8월 A3+ △2023년 9월 A3 등의 순으로 수직 낙하했다. 인수 당시 등급과 비교했을 때 5노치(notch)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회사채 신용등급도 ‘BBB(부정적)’까지 하락했다.
이후 2025년 2월 단기 신용 등급이 ‘A3-’로 내려가자 홈플러스는 3거래일 만에 돌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잠재적 자금이슈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금융채권 상환 유예를 통해 금융부담을 줄이고, 회사 정상화를 통해 변제 순서에 따라 채무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신평사들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자 신용등급을 ‘D’로 재차 내렸다.
시장에서는 지난 2019년 홈플러스의 리츠 상장 계획이 무산된 이후 MBK파트너스가 사실상 등급 하향을 막기 위해 뚜렷한 자구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홈플러스 점포들을 기초자산으로 홈플러스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상장해 인수금융을 위한 차입금 상환 계획을 세웠으나, 투자자 수요 부진으로 해당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후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 매각으로 차입금 부담이 줄어들자 MBK파트너스 입장에서 리츠 상장은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부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MBK는 자산 매각으로 본인들이 투자한 돈은 회수해 갔으면서 홈플러스에 대한 자구 노력은 하나도 없이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며 “담보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을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있는 투자자들은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꼬집었다.
또 신용등급 하향을 기업회생신청의 구실로 가져오는 것도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신평사들은 그간 홈플러스의 등급을 하향조정한 이유로 비우호적 영업 환경으로 인한 이익창출력 약화,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 등을 들었다.
최근 ‘A3’에서 ‘A3-’로 하향조정하자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실적과 부채비율 등이 개선됐는데 신평사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지난 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462%로 전년 동기 대비 1506%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채로 잡혀있던 1조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자본으로 전환한 덕이라는 점에서 신평사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한국신용평가는 “부채로 계상돼 있는 RCPS가 자본으로 전환됨에 따라 표면적 재무레버리지 지표 개선이 예상되나, 실질적 재무부담 감축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서를 통해 명시했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 역시 “RCPS는 실질적인 차입 부담은 장부상 부채보다 높아 이를 온전한 자본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주요 재무지표와 실적 부진과 과중한 재무레버리지 등 기존에 제시했던 사유에 따라 등급 하향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