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HMM(011200)의 경영권 통매각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원금 회수 전략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HMM 매각 자체가 산은의 재무 건전성과 직결된 만큼 회수 실적이 중요해서다. HMM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산은과 해진공 지분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별도의 지분 매각이 없어도 자사주 매입과 배당만으로 원금 회수가 가능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 HMM 본사 사무실 내부 전광판 모습(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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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과 해진공이 HMM(011200)에 자본 형식으로 투자한 금액은 총 4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2016년 당시 현대상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 등 채권단이 대주주로 전환되며 1조6000억원 규모 출자전환이 이뤄졌고, 2020년 7200억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CB) 인수와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2조6000억원 규모가 추가로 투입됐다. 이중 현재까지 회수된 금액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배당과 이자수익, 일부 상환 등 가능한 회수액을 합산한 추정치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의 자사주 매입에 참여해 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HMM은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자사주 공개매수와 소각으로 2조원을 사용할 계획인데, 산은과 해진공 지분 일부가 포함될 경우 지분율대로 공개매수를 가정하면 회수 금액은 3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자사주를 매도해 현금화하는 방식이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은 각각 HMM 지분 36.02%, 35.67%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국민연금(6.02%)과 소액 주주가 나머지 지분을 쥐고 있다. HMM이 자사주를 주당 2만1000원에 매입해 소각하면 현재 주식 수 대비 9.2%를 소각할 수 있다. 산은과 해진공 지분을 제외한 시장 유통 물량은 현재 2억9000만주에서 2억6000만주로 떨어져 주가 방어 효과도 있다.
특히 산은이 공개매수에 동참할 경우 국제자본비율(BIS) 개선도 함께 이룰 수 있다. 산은이 지분을 시장에 직접 파는 대신, 공개매수에 응한다면 모든 주주에게 공정한 기회가 돌아가기에 형평성 논란도 빗겨갈 수 있다. 산은은 자금 회수와 BIS 비율 개선, HMM은 유통주식 수 감소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챙길 수 있다.
여기에 HMM의 배당 확대가 더해진다면 산은과 해진공의 원금 회수엔 무리가 없을 거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HMM은 2030년까지 배당성향 30% 또는 시가배당률 5% 중 더 작은 금액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배당금은 주당 600원(시가배당률 약 3.2%)으로 확정됐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산은과 해진공은 배당금 수익만을 가정햇을 시에도 2028년까지 모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HMM 지분 매각까지 성공한다면 산은은 15%, 해진공은 16%를 넘는 IRR(내부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통매각보다는 원매자의 경영권을 보장할 수 있는 일부 지분 매각은 국내 기업 중에서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건이라고 본다”며 “매각 기대감이 지속되면서 주가 하방도 지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