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동양생명(082640)이 5년 만의 외화채 시장 복귀전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 기업들의 외화채권(KP물·Korean Paper)에 대한 견조한 투자 수요를 확인하면서 외화채 발행 시장도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3억달러(약 4300억원) 규모 외화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 이상의 주문을 받아냈다. 이번 후순위채는 유로본드(RegS)로 만기는 10년이다. 다만 5년 후부터 콜옵션(매도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 동양생명 전경(사진=동양생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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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작년 우리금융이 인수를 추진하면서 동양생명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했다. 기업신용등급은 투자적격등급인 기존 ‘Baa1’를 유지했지만 등급 상향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당시 무디스는 동양생명에 대해 “지난 2023년 자본수익률이 무디스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보험사 대비 높다”면서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와 평균 담보대출비율도 국내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동양생명이 외화채 시장을 찾은 것은 지난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당시 3억 달러 규모로 신종자본증권(AT1·Additional Tier 1)을 발행했다. 5년 후 콜옵션 행사 조건이 붙어 있었던 만큼 이번 후순위채는 이를 차환하기 위한 발행이다.
최근 들어서 외화채 발행은 속속 재개되는 분위기다. 지난주에는 KT&G(033780)와 하나증권이 각각 3억달러 규모 유로본드 발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KT&G와 하나증권은 이번이 첫 외화채 발행이었다.
국내 기업들의 외화채 발행은 이달 들어서 잠시 주춤한 모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글로벌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은 탓이다. 하나증권 등 외화채 발행을 계획하던 기업들도 일정을 잠시 미룬 뒤 시장 상황을 지켜보던 추세였다.
하지만 KT&G, 하나증권 등에 이어 동양생명도 외화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외화채 시장은 다시 한 번 활기를 보일 전망이다.
관세 관련 시장 불안정성이 다소 완화한데다 발행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금리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4.7%대까지 치솟았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4% 초반까지 하락한 상태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달 초 외화채 발행을 계획했던 상당수 기업들이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발행을 미뤄뒀던 상황”이라면서 “한국물 시장의 견조한 수요가 확인된 만큼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하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외화채 시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