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SK그룹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매각 예비입찰이 대선 다음주인 6월 둘째주 진행된다. SK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마무리 단계에 나온 대형 매물로,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대거 참전을 검토 중이다. 다만 매각 측과 인수 측의 희망 가격이 2조원 가까이 벌어지면서 가격 이견 극복에 흥행 여부가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6월 9일 SK실트론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실시한다. 이달 한앤코,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베인캐피탈 등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해 실사 및 내부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은 별도의 주관사 없이 SK그룹이 직접 진행 중인 가운데, 매각 측은 구속력이 없는 논바인딩 오퍼(NBO) 형태로 예비입찰 후 적격후보를 선정한 뒤 본입찰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매각 대상은 SK가 직접 보유한 지분(51%)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사실상 소유 중인 지분 19.6% 등 총 70.6%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보유 중인 나머지 지분(29.4%)는 이번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1268억원, 영업이익 3155억원을 기록했으며 국내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시장 1위, 글로벌 기준으론 5위 기업이다.
관건은 가격이다. SK그룹은 SK실트론의 매각 가격으로 5조원 수준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준으로 한 매각 대상 지분 가치는 3조5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인수 측에선 3조원대 기업가치를 적정 가격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사모펀드 관계자는 “SK실트론은 부채 비율이 높아 부채를 뺀 에쿼티 가치로는 2조5000억~3조원 수준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SK실트론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9월 기준 165.8%다. 구미 신공장 투자 부담 등이 차입 규모가 늘어난 점이 부채로 반영된 결과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 100% 이하가 재무 건전성의 기준으로 여겨지며 150~200%를 넘어서면 재무 위험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다만 SK실트론은 사업 안정성과 양호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에서 각각 회사채(선순위) 기준 A+(안정적) 등급을 받고 있다.
업계에선 유력한 인수 후보로 한앤컴퍼니를 꼽는다. 한앤코와 SK그룹은 그동안 쌓아온 인수합병(M&A) 관련 거래만 10건에 달할 만큼 두터운 밀월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후보로 언급된 IMM PE, 베인캐피탈은 관심도가 낮고, 스틱인베스트먼트는 SK에코플랜트 환경 자회사인 리뉴어스와 리뉴원 예비입찰에도 참여한 만큼 해당 딜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