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중견 조선사 케이조선 매각 예비입찰이 추석 연휴 이후 10월 말 진행된다. 4년전 2500억원에 팔렸던 케이조선은 조선업 호황과 한미 조선협력 패키지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 호재가 겹치며 조단위 몸값을 노리고 있다. 실적 호조와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 등을 고려해 벌써부터 유력 대기업집단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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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조선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는 오는 29일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매각 대상은 유암코(연합자산관리)·KHI 컨소시엄이 보유한 케이조선 지분 99.58%다. 지난달 주요 인수 후보에게 티저레터가 배포된 후 다수의 재무적 투자자(FI)와 전략적 투자자(SI)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조선 매각 가격은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거론된다. 경쟁사인 대한조선(439260)은 최근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4.58배를 적용해 1조9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케이조선의 순자산은 약 3750억원 수준으로, 대한조선과 같은 방식을 적용할 시 1조7000억원대 몸값 달성이 가능하다. 대한조선의 최근 멀티플(10.7배)을 적용한다 해도 케이조선은 1조원대 기업가치는 무난하게 기록할 전망이다.
여기에 4년전 케이조선 매각 당시보다 실적 개선과 조선업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 요소로 꼽힌다. 2013년 조선업 불황으로 채권단 공동관리에 돌입한 케이조선(당시 STX조선해양)은 2016년 기업회생 절차를 거쳐 2021년 유암코·KHI 컨소시엄에 2500억원에 매각됐다. 이후 지난해 매출 9347억원, 영업이익 112억원으로 8년만의 흑자 달성에도 성공했다.
케이조선 인수 후보로는 주요 대기업집단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대한조선은 IPO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329180),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 ‘조선 빅3’을 피어그룹으로 묶어 기업가치 산출에 활용한 바 있다. 이들은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인 마스가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는 만큼 케이조선 인수 시 시너지가 기대된다.
다만 최근 조선 기업들의 랠리가 이어지면서 고점 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선업 호황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사이클에 민감하고 변동성이 높은 조선업의 특성 등을 고려한다면 보수적인 할인율을 적용해 1조원 미만의 몸값이 책정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IB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호황이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2024~2025년 가격 급등이 실제 수익 성장성과 동떨어져있다는 경계론도 있다”며 “슈퍼사이클이 피크아웃에 도달했다는 우려와 함께 매각 측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한 전략적 고평가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