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새 일자리 예산 맞먹는 197억달러 풀고도…환율 급등 못막은 정부(종합)

  • 지난달 원화 가치 하락 막기 위해 美국채 등 매도해 달러 공급 늘려도 환율 7% 가까이 급등, 11년래 최고
  • 등록 2022-10-06 오후 7:18:43
  • 수정 2022-10-06 오후 9:25:45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 급등세를 막기 위해 한 달만에 1년치 일자리 예산에 해당하는 30조원 가까운 자금을 써버렸다.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어도 환율은 7% 가까이 급등해 11년래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외환당국은 달러 매도 개입을 통해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을 막고 환율의 오버슈팅(과도한 급등)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성공했는지 의문이다. 일각에선 한국은행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 포워드 가이던스로 환율을 끌어올려놓고, 외환보유액만 소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한 달만에 197억달러 쓰고도 환율 7% 급등

6일 한은에 따르면 9월말 외환보유액 잔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무려 196억6000만달러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위기 당시 2008년 10월(274억달러)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외환보유액 규모 자체는 적지 않다는 평가이지만, 올 들어 463억5000만달러나 줄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128억3000만달러)보다 감소폭이 크다.

지난달 감소한 외환보유액(196억6000만달러) 규모는 원화로 따지면 27조5000억원(9월 평균 환율 1400원 적용)에 달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2023년 예산안을 짜면서 일자리 예산으로 편성한 30조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올해 기획재정부가 책정한 1년치 근로소득세 세수 전망치(58조원)의 절반 가량의 자금을 환율 방어를 한다며 한 달 만에 써버렸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감소 이유에 대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기타 통화 외화자산 미달러 환산액 감소,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전후로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자 외환보유액에서 미 국채 등 일부 유가증권을 매도해 달러 공급을 늘린 것이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도 환율 방어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9월 환율은 6.9%나 급등해 2011년 9월(10.4%)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가 더해지며 환율은 급등세를 보였다. 실제로 FOMC회의 결과 금리 점도표가 연말 4.4%(중간값), 내년 최종 금리 4.6%로 전망되자 환율은 2009년 이후 처음 1400원을 뚫고 장중 1442.2원까지 치솟았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개입 효과에 대해 “(개입을 통해)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시장 심리 회복에 도움을 줬다”며 “단순히 환율 수준이나 상승폭을 갖고 실효성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외환당국은 대규모 외환보유액을 털어 환율 급등 방어에 나섰지만 이것으론 부족한지 수급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대응책도 내놔야 했다. 한은은 14년만에 국민연금과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 수요를 줄였고 외국환평형기금까지 투입,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를 적극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외환보유액만 써서 환율급등 막기 어려워

이창용 한은 총재가 8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밝혔던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한미 금리 역전폭을 더 벌릴 것으로 시사돼 환율을 더 끌어올렸고, 결국 외환보유액만 탕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한-미 금리 역전이 지속될 것처럼 얘기한 상태에서 외환보유액을 소진해서 (개입을 해도 환율 급등을) 방어하기가 어렵다”며 “이를 고려해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은 환율 급등을 자극하는 데 외환보유액만 써서 급등세를 막으면 무슨 소용이냐는 지적이다. 이어 “금리 역전이 상당폭 큰 상황에선 외환보유액이 아무리 많아도 (환율 급등세를) 막을 수가 없다”며 “현실적으로 어떤 특정 수준에서 환율을 계속 막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외환당국은 앞으로도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더라도 개입에 나설 것을 명확히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실에 방문해 “미국 고강도 긴축 등으로 전 세계 외환 및 금융시장 변동성이 굉장히 커졌다”며 “외환시장이 수급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우나 대내외 변수에 따라 심리적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거나 급변동이 있을 때는 외환당국이 필요한 때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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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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