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없는 지자체와 형평성은?”…국고지원 요구 난감한 기재부

  • 與 기재위 간사 찾아간 기재부 “PSO 손실보전 어렵다”
  • 예결위서도 반대 “주민복지는 지자체 몫…형평성 우려”
  • 전문가 의견 갈려…“요금 올려야” vs “코레일만큼 지원”
  • 등록 2023-02-05 오후 3:31:54
  • 수정 2023-02-05 오후 4:49:39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공지유 김은비 기자]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가 노인 무임승차와 같은 공익서비스손실보전(PSO)에 국고를 투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취약계층 무임승차 혜택이 노인복지법, 장애인법, 국가유공자법 등 정부 법령에 근거해 지자체가 실행한다는 점에서 기재부가 무임승차 논란에서 완전히 발을 빼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재부 제공)


與 기재위 간사 찾아간 기재부 “지자체 손실보전은 어렵다”

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에게 중앙정부의 지자체 재정지원 현황 등을 설명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요구한 PSO 손실 보전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당은 이날 기재부에 구체적인 재정지원 방향 등을 지시하지 않고, 향후 관계부처 및 기관들의 의견부터 수렴하기로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무임승차손실에 대한 직접 국고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은 그대로다”며 “오래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인데, 서울시에서 요구했다고 갑자기 입장을 바꾸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오 시장은 65세 이상 어르신의 무임승차 손실에 대해 기재부(중앙정부)가 일부라도 지원해준다면 지하철·버스요금 인상 폭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지난해 11월 올해(2023년) 본예산을 짜기 위해 진행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야당의 주장에 “(PSO는)기본적으로 교통복지 성격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해당한다”며 “(일부 지자체만 지원하면)도시철도가 없는 지역은 무슨 혜택을 줄 것인지, 버스와 박물관 등 유사시설은 어떻게 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누적 적자로 인해 노후 전동차 교체 등 안전관련 투자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는 “(정부지원을)법제화 하지 않는 조건으로 2005~2022년까지 노후차량 교체 및 시설개선 등 2조 1000억원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정부안에 같은 명목으로 1400억원 가량이 편성됐다”고 부연했다.

현재 도시철도를 공사할 때는 중앙정부가 60%, 지자체가 40%를 부담하는 재정분담 기준이 있으나, 운영 중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지방자치법에는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은 지자체의 사무범위로 규정한다.

지난달 24일 서울 2호선 신촌역에서 승차권을 구매하는 시민들의 모습(사진 = 연합뉴스)


철도공사 손실 보전하는데…‘형평성 논란’도

하지만 중앙정부가 PSO를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 대해 무임승차를 지원하는 근거는 모두 노인복지법, 장애인법, 국가유공자법 등에 따라 지자체가 실행하는 것이기에 중앙정부와 연관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도시철도와 노선을 공유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공익서비스 제공에 따른 정부와의 보상계약’에 따라 중앙정부가 PSO로 인한 비용의 약 50~70%를 지원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도 있다. 정부는 2023년 예산에 이같은 PSO 지원을 위해 약 3878억원을 편성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회 예결위에서 “기재부는 특정 지역 주민들에 대한 한정된 편익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나, 수도권 전철을 보면 충청·강원도까지 연결되고 있다”며 “또 지방에 사는 분이 서울에서 지하철을 탄다고 해서 요금을 별도로 더 받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일시적 지원은 가능하지만, 서울 시민이 이용하는 혜택에 대해 전국민이 낸 돈으로 지원하는 건 동의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영태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코레일의 무임손실의 60% 정도를 중앙정부가 보전해 주는데, 그 정도 국고 지원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국고 지원을 안해주면 형평성이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급격히 늘어난 65세 비율을 고려해 무임승차 연령대 상향 또는 선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무임승차와 관련해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고민하다보면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SRE 랭킹
※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