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새 문화 만들게"…임종룡 회장 내정자에 물어보니

  • 조직 개편·내부통제 대대적 변화 예고
  • 계파 배제하고 완전 민영화 가치로 개혁
  •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선봉장’ 설 듯
  • 주주친화책 필요성도…관치논란엔 ‘정면돌파’
  • 등록 2023-02-05 오후 2:23:02
  • 수정 2023-02-05 오후 5:25:30
우리금융 차기 회장에 내정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우리금융의 새로운 기업문화부터 만들겠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내정자가 꼽은 취임 후 1순위로 해야 할 당면과제다. 그는 5일 “(취임 후) 최우선 선결과제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 시장 고객 임직원이 신뢰하는 우리금융을 만드는 일”이라는 개인 의견을 이데일리에 전해왔다. 은행들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생긴 내부 파벌 다툼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3일 차기 회장 후보로 임 전 위원장을 선정했다. 금융권에서는 ‘올드보이’의 화려한 귀환이라고 평가한다. 그가 2017년 7월 금융위원회를 떠난 지 6년 만이다.

“완전 민영화 가치로 개혁”…조직 개편·내부통제 대대적 변화 예고

거시경제·금융분야에서 주요 정책 라인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 금융전문가로 꼽히는 임 내정자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관료 시절 정부(예금보험공사) 소유의 우리금융 지분을 팔아 우리금융 지배구조를 과점주주 체제로 바꾸고 완전 민영화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 바로 임 내정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5년만에 외부 출신 회장을 맞는 우리금융은 대대적 개혁이 진행될 전망이다.

그가 우선 순위로 꼽은 것처럼 기업문화를 바꾸는 일은 급선무다. CEO 교체 과정에서 혼란을 겪은 조직을 안정화시키고 내부 개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으로 나눠져 있는 계파 갈등을 종식시키고 통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우리금융의 전신인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 당시 임 내정자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으로 재직하면서 통합 실무를 진두지휘한 주역이다. 당시 한일·상업의 계파 갈등을 지적한 것도 임 내정자였던 만큼, 우리금융 내부 합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직문화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우리은행은 2008년부터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행장을 맡고, 임원도 양쪽 출신을 한배하는 불필요한 ‘관례’를 가지고 있었다. 금융권에선 외부 출신 임종룡 전 위원장이 내정되면서 출신은행에 따른 임원 비율 등이 조율되는 계파 간 문제가 청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임기가 끝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선도 서둘러야 한다. 현재 그룹 자회사 15개 가운데 9곳의 CEO는 공식 임기가 끝났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도 변화의 바람이 불지 이목이 쏠린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7명 중 노성태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 박상용 연세대 명예교수, 정찬형 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4명의 임기는 다음 달 주주총회까지다. 다만 이들 모두 2019년 1월부터 사외이사를 맡고 있어 임기 제한(6년)을 고려하면 연임은 가능하다.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에 대해 가장 불신하는 부분인 내부통제 개선도 시급하다. 우리금융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700억원대 횡령 사고 등 잡음을 일으키며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아왔다.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가 임 내정자를 발탁한 이유 중 하나도 객관적 시각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주도적으로 쇄신을 이끌 수 있는 내부통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비은행 계열사 확대 ‘선봉장’ 설 듯…관치논란엔 ‘정면돌파’

손태승 회장이 못다 이룬 계열사 포트폴리오 강화는 우리금융의 숙원사업이자, 임 내정자의 미션이 됐다. 우리금융은 2019년 지주사 출범 후 자산운용, 신탁, 캐피탈, 저축은행 등을 자회사로 편입했으나, 아직까지 증권·보험과 같은 핵심 사업은 확보하지 못했다. 앞서 임 내정자는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KB금융을 제치고 우리금융으로부터 우리투자증권을 인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키운 전적이 있는 사업 확대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증권, 보험, 벤처캐피탈(VC) 등 우리금융이 지금까지 보류해 온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들에게는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현금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 과점주주 체제로 재상장된 이후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 측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배당 가능 이익은 약 4조원 수준으로, 보통주 자본 비율이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보통주의 자기자본비율(ROE) 추정치는 △KB금융 12.6% △신한금융 12.7% △하나금융 12.73% △우리금융 10.9%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중간배당금으로 주당 150원을 지급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임 내정자의 꼬리표로 붙고 있는 관치 논란은 차기 회장으로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 중 난제에 해당한다. 임 내정자가 우리금융 민영화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때 금융회사를 지휘·감독했던 인물이 민간 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되는 것을 놓고 정치권과 회사 내부에서는 임 내정자의 행보가 역설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우리금융 노조는 “낙하산으로 우리금융의 수장이 되는 것은 정권 교체의 전리품을 챙기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한편 임 내정자는 2월 정기이사회에서 후보 확정 결의 후 다음 달 24일 열릴 예정인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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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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