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2차전지주 기회일까

  • 기준 금리 인하 대표 수혜주…저가 매력 부각 투자·생산 지연, 리튬 가격 주의…“대선 불확실성 해결돼야
  • 등록 2024-09-06 오후 2:00:02
  • 수정 2024-09-06 오후 2:00:02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전경. [사진 LG에너지솔루션 ]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지난해 고점 대비 주가가 반토막이 나는 등 침체된 분위기를 이어 오던 2차전지주가 조금씩 들썩이고 있다. 미국 기준 금리 인하의 대표 수혜주로 떠오르는 가운데, 저가 매력까지 더해진 탓으로 보인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이어 화재로 인해 2차전지주에 대한 우려가 커졌으나 일부 종목에서는 반등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2차전지주들은 지난해 상반기를 달군 이후 여름부터 하락세가 지속되어 왔다.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실적악화에 이어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급부상하며 올해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7월 26일 기록한 62만원 이후 꾸준히 주가가 내렸다. 올해 8월 5일에는 31만1000원으로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9월 2일 종가기준 41만2000원을 기록하며 저점 대비 30% 넘게 주가가 올랐다.

포스코퓨처엠도 최근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7월 고점인 69만4000원을 기록했다. 이후 올해 8월 8일에는 종가기준 19만9500원을 기록하며 70% 넘게 떨어졌다. 하지만 포스코퓨처엠은 9월 2일 종가기준 24만6500원을 기록하며 주가가 24% 가까이 상승했다. 포스코퓨처엠이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및 업황 저점을 지났다는 해석이 나오며 2차전지 소재 업종 중 최선호주로 꼽히기도 했다.

2차전지 대표주인 에코프로그룹주도 들썩였다. 코스닥시장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던 에코프로비엠은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시총) 2위로 밀렸으나, 최근 알테오젠과 엎치락뒤치락 하며 1위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에코프로그룹주 막내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이하 에코프로머티)의 경우 올해 1월 10일 종가기준 24만원으로 고점을 기록했으나 8월 5일 7만2300원으로 장을 마치며 70% 가까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9월 2일 종가까지 30% 넘게 오르며 9만5000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삼성SDI, LG화학, 포스코홀딩스, 에코프로 등 2차전지주들의 주가가 최근 상승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시장에서는 최근 2차전지주의 상승이 금리 인하 효과에 따른 성장주의 반등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엔비디아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AI 성장 동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새로운 주도주로 2차전지주를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적인 메리트에 더해 업황 회복 기대감 등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금리 인하 기대감 등 반영…‘진바닥’은 아직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유럽 공장 가동률이 상승하자 실적이 부진한 다른 기업들까지 내년 상반기에는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받게 됐고 작은 호재에도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2차전지주를 보면서 지난해 초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가 최근까지 가파른 주가 상승을 이어 온 반도체주를 떠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의 승리 기대감에 2차전지주의 주가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이 다가올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생산세액공제(AMPC) 등 전기차와 2차전지 관련 업체들의 보조금 수혜 가시성이 최소 4년에서 최대 8년까지 확보되기 때문에 다가올 미국 금리 인하와 더불어 우호적인 영업환경이 구축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펀더멘탈(기초체력) 지표인 전기차(EV) 판매·메탈가격·수출지표 등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어서 2차전지 주가의 ‘진바닥’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탈 지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으나 수급에 의한 기계적 반등이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V 판매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투자·생산 지연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실제 포드(Ford)는 차세대 전기픽업 트럭 2종의 출시를 2027년으로 연기하고, 캐나다에서 진행 중인 Ford·SK온·에코프로비엠 합작 양극재 공장의 건설도 중단했다.

주 연구원은 “투자·생산 지연은 수요 부진 탓이 크지만 미국 대선 불확실성 영향도 있다”며 “대선이 끝나야 미국 주문자위탁생산(OEM)들의 조정된 중장기 전동화 계획을 알 수 있고, 그에 맞게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의 투자 계획도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주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 대장주로 분류되는 LG에너지솔루션과 에코프로머티 트레이딩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올 3분기 증익 가시성이 높고 에코프로머티는 신규 고객 확보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주 연구원은 “2차전지 주가를 선행하는 신뢰성 높은 지표로 리튬 가격에 주목한다”며 “역사적으로 리튬 가격은 2차전지 주가를 약 3개월 전후 선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2차전지 주가의 진반등이 리튬 가격의 반등을 확인한 후 이뤄질 것”이라며 “다만 리튬 가격이 티어 1(Tier 1·1차 부품 공급업체) 업체들의 평균 생산 원가 수준인 kg당 7~8달러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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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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