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모집인원 자율 조정” vs 의사단체 “원점 재검토”

  • 정부, 교수 대상 명령 유보도 "변함없다" 의협·교수들 "원점 재검토부터"…전공의도 소송으로 맞서
  • 등록 2024-05-05 오후 3:34:39
  • 수정 2024-05-05 오후 3:34:39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의사 단체들이 ‘의대 증원 무효화’와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며 정부에 맞서고 있다. 정부가 각종 행정명령 유보에 이어 대학별 의대 모집인원 자율 조정까지 발표했지만 의사단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타협점을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달 3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의료개혁의 성공을 위해, 의대 증원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지금의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도록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100%를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뽑을 수 있게 했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빚어진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자 한발 물러났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열에 아홉 넘게 가운을 벗어 던진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 정지도 ‘유연한 처분’ 방침 아래 3월 말 이후 계속 미루고 있다. 사직과 휴진에 나선 의대 교수들에 대해서도 행정명령을 하지 않고 있다.

박 차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정부의 교수 대상 진료유지명령 등 조치는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인지를 묻는 말에 “그렇다. 입장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은 증원 백지화 이후 원점 재검토라는 점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달 취임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연일 강도 높은 표현으로 정부를 비판하면서 증원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임 회장은 전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연 세미나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절대로 필수·지역의료의 근본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역시 의료 현장과 교육 현장을 제대로 반영 못 한 것으로, 정원 확대나 정책 패키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이 개별 휴진에 나선 가운데 전의교협과는 별개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오는 10일 전국적 휴진을 진행하기로 하고, 의대 증원을 확정하면 1주일간 집단 휴진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미래 의료를 책임질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정부가 정책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정부 대응 과정에서 임 회장과 대립각을 세운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강경한 입장을 이어오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한 박 위원장은 전날 정부의 각종 행정명령에 대응하고자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소송 제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진료유지명령은 전공의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업무개시명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행정 명령은 과도하고 부당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취소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의교협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사법부 요구에 충실히 따를 것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촉구하면서 “국내외 전문가 30∼50명을 모아 정부 자료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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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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