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투자자 보호 수준 제고 선행돼야”

  • “밸류업으로 주가 오르면 자동적으로 경영권 보호 가능”
  • 등록 2024-04-29 오전 11:48:39
  • 수정 2024-04-29 오전 11:48:39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 이승훈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최근 제기되고 있는 국내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에 대해 “투자자 보호 수준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주최한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 필요한가’ 세미나에서 “우리나라의 경영권 방어수단은 자기주식을 우호적인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것이 유일하다”며 “밸류업으로 주가가 오르면 자동적으로 경영권은 보호되는 것으로, 투자자 보호수준을 높이지 않고 저평가 상태에서 경영권 방어는 비효율적인 방어를 의미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적대적 기업인수라고 부를 정도의 시도가 없었다 보니,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이사의 의무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법리도 발전돼 있지 않다”며 “이러한 원인은 회사의 소유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은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경우 지배주주가 50%를 초과하는 절대적 지배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내부 지분을 포함해 지배 기초가 되는 일정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며 “기존 지배주주가 강력한 제2대 주주로 되기 때문에 기업을 인수해 회사를 인수자 의도대로 경영하는 것에 상당한 장애가 발생한다. 지배주주 존재 자체가 경영권 방어인 셈”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경영권 방어를 허용하지 않아서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이 불안해지면 기업의 장기적 투자가 감소하고 관계적 투자도 일어나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지배주주의 존재’를 염두에 두면 설득력이 낮다”며 “기업가치를 파괴하는 기업인수의 가능성도 대규모 상장회사에서는 생각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방어가 허용되더라도 어디까지나 ‘효율적인’ 경영진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것이지, 모든 경영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며 “따라서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효율적인 경영진만 발동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고, 이는 이사의 주의의무 및 책임에 관한 법리로 보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행동주의펀드 적대적 기업인수와 달라”

송 교수는 행동주의펀드의 자본시장 내에서의 순기능에 대해 설명하며 “2022년 본격화된 대한민국형 행동주의는 얼라인파트너스의 에스엠 및 차파트너스의 사조오양 등 다수의 교훈적인 사례를 통해 정착됐다”며 “2023년에는 주주제안 건수가 4배 증가하는 등 양적 성장을 보였다. 주주환원에서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이사회 진출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고도화 되어 가고 있는 행동주의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주주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메커니즘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헷지펀드 행동주의를 적대적 기업인수와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행동주의 펀드는 대상회사의 지분을 경영권 분쟁을 야기할 정도로 그렇게 많이 취득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행동주의가 단기실적주의 등 어떤 문제를 야기하더라도, 그것을 막기 위해서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결론이다”고 주장했다. 

포이즌필이란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의 하나로,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하는 경우에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또 차등의결권이란 적대적 M&A에 대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 가운데 하나로서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을 말한다. 

송 교수는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해 “기업들은 창업자의 지배권 유지가 장기적 비전과 지속적 발전에 차등의결권 제도는 핵심적이라는 논리를 차용하나 차등의결권의 도입은 어디까지나 비상장회사에서만 허용돼야 한다”며 “기업공개(IPO) 단계에서 상장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능을 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회사가 새로이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는 것은 입법례를 보더라도 부정적이며, 이론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포이즌필 도입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모든 경영권을 완벽하게 보장하는 경영권 강화 수단은 위법이다’라는 법리가 형성돼 있다”며 “포이즌필이 왜 합법이냐면 ‘포이즌필은 완벽한 경영권 방어가 방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거다. 비효율적인 사람은 포이즌필을 활용하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효율적인 사람만 포이즌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포이즌필이 적법하다는 거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행동주의는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 다른 주주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이끌 가능성이 낮다”며 “실증분석의 결과 역시 행동주의로 인해 회사가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결론은 도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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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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