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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바닥론 솔솔…'증시 구원투수' 증안펀드, 제 기능 할까

  • 국내 증시 V자 반등시 증안펀드, 또 무용지물 되나
  • 금리인상 등 악재…"주주이익 걸려 자금집행 신중"
  • 등록 2022-10-06 오후 7:57:20
  • 수정 2022-10-06 오후 7:57:20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6일 19시 57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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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국내 증시 ‘바닥론’이 제기됨에 따라 ‘증시 구원투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가 적기에 가동할 확률이 ‘50대 50’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안펀드는 주가 폭락 등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시장에 현금을 투입할 목적으로 금융회사와 증권 유관기관이 마련한 기금이다.

향후 증시가 바닥을 치고 ‘V’자 반등할 경우 증안펀드가 지난 2020년처럼 집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증시가 다시 하락을 거듭할 경우 증안펀드가 애초 취지대로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스피가 2년 2개월만에 2200선이 아래로 마감한 28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증안펀드, 상시 대기자금 없어…“빠른 대응 어려워”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출자 회사들의 이사회 의결 등 실무 절차를 거쳐 이달 중순 증안펀드를 재가동한다. 지난 5일 오전에는 증안펀드 투자자위원회 첫 회의가 열렸다. KDB산업은행 등 주요 출자회사들이 회의에 참석해서 펀드 존속기간과 약정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사의 출연 약정 기한(1년)이 만료됐기 때문에 각 회사에서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펀드 만기는 내년 4월로, 지금부터 6개월 남았다.

앞서 증안펀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2020년 3월 24일 결성이 확정됐다. 하지만 추후 주가가 반등세로 전환하면서 실제 펀드는 집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증안펀드 자금은 갈 곳을 잃고 예금성 자산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올 들어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코스피 2200선이 깨지는 등 시장에 공포감이 짙어지자 ‘증안펀드’ 얘기가 다시 나왔다. 금융당국이 증안펀드 가동을 위한 실무협의에 착수한 것.

앞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감독원과 함께 개최한 금융시장 합동점검 회의에서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증권시장 안정펀드 재가동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조성된 증안펀드 규모는 총 10조7600억원 수준이다. △10조원은 5대 금융지주와 미래에셋증권, 삼성생명 등 금융회사 △7600억원은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이 출자했다. 이달 중순 조성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향후 증시가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 증안펀드가 또다시 제때 가동할 타이밍을 ‘실기’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시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낙관론이 일부 제기되면서 증안펀드가 다시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와서다.

최근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의 반등에 힘입어 오랜 하락을 멈췄다. 6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1.02% 오른 2237.86포인트에 마감했다. 주요 증권사 센터장들은 국내 증시가 이달부터 올 연말까지 바닥을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증안펀드는 투자 수요가 있을 때마다 자금을 모은 후 집행하는 ‘캐피털 콜’ 방식이다. 자금이 상시 대기 중인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증안펀드 관리를 위해 상시 근무하는 인력도, 사무실도 없어서 불시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은 투자나 대출로 돈을 벌기 때문에, 언제 위기가 올지 모르는 평상시에는 (증안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쌓아놓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막상 위기가 오면 증안펀드를 시장에 투입하기까지 각종 절차, 시간이 걸려서 위기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자료=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금리인상 등 악재…“주주이익 걸려 자금집행 신중”


반면 국내 증시의 불안정성이 계속될 경우 증안펀드가 애초 취지대로 시장 변동성 확대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유로존 경기침체 우려 등 악재가 해소되지 않아서 국내 증시가 ‘V자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1일 발표한 ‘최근 주가급락의 원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는 경기 악화로 국내 증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담겨 있다. 내년 이후 기업실적 및 경기악화 위험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임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의 주가 급락은 향후 기업실적 악화 위험을 반영했다기보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금리상승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며 “반면 우리나라 주가는 미국과 달리 금리상승 뿐만 아니라 기업실적 악화와 경기둔화 위험까지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리인상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향후 경기침체 위험도 부각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안정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증안펀드가 꼭 시장에 직접적으로 투입되지 않더라도, 증안펀드가 조성된다는 소식 만으로도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위축된 투자심리를 되살아나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실제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증시가 폭락했지만, 금융위원회가 증안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코스피가 하루에만 8% 넘게 급등했다. 증안펀드 조성 자체로 파급효과가 상당했던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안펀드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각 금융회사의 손실로 이어지고 주주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증시 폭락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주주이익이 걸린 돈인 만큼 자금 집행이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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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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