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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지배구조가 수익률 좌우"…불편한 수직관계의 덫

  • [기관투자가 불편한 지배구조]①
  • 국내 기관투자가 지배구조가 수익률 영향
  • 불투명한 CIO 선임에 포트폴리오 불균형
  • 의사결정 구조 까다롭고 비전문가 영향도
  • "수익률 늘리려면 우선 내부체제 바꿔야"
  • 등록 2023-05-16 오후 9:44:28
  • 수정 2023-05-16 오후 9:44:28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6일 21시 44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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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수익률을 올리려면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 사실상 국내 기관투자가 중 투명한 절차를 거쳐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뽑는 데가 없다. 의사결정 구조도 복잡하고 유별나서 투자를 잘하기 절대 쉽지 않다.”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 등 금융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국내 자본시장 큰손들이 뼈아픈 손실을 맛봐야 했다. 그러나 아직도 위축된 투자 심리가 완전히 회복하지 않아 대부분 기관투자가는 올 상반기까지는 시장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분위기다. 몇 년간 이어졌던 흑자 파티를 접고 지난해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손보는 큰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관투자가 지배구조가 수익률에 만만치 않은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내부 구조 바꿔야 장기 수익률도 개선”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25일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2024~2028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 및 의결한다. 중기자산배분안은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수립하는 5년 단위 기금운용전략이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전망을 분석해 5년 후 목표수익률과 자산군별 목표 비중 등을 결정한다.

앞서 지난해 80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면서 기금고갈 우려를 키운 국민연금은 중기자산배분안을 포함해 전방위적인 수익률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4월 전문가 토론회와 당정 협의 과정 등을 거쳐 종합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국내외 굴지의 운용사들과 교류하며 900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투자 방향이 단연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이들은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지난해 손실을 피할 수 없었던 연기금과 공제회 모두 지배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기관투자가 기금운용 구조상 이사장이나 정부 등 상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운용역들의 전문성과 책임감도 떨어져 수익률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투자는 위험 대비 수익률을 고려해야 하는데, 운용역이 그동안 3배를 벌었다고 해도 하나가 조금이라도 손실 나면 감사원 감사받고 사유서를 써야 하는 등 타격이 크다”며 “주식과 채권 투자도 시장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대체투자도 절대 손실이 나지 않는 투자도 아닌데 누가 적은 보수를 받고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를 하고 싶겠느냐”며 성토했다.

“CIO 선임 과정부터 불투명한 게 문제”

수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의 최종 투자 결정 권한은 CIO(최고투자책임자)에게 있다. 물론 직접적으로 유망한 투자자산을 발굴해내는 실무자들의 역량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기관의 전체적인 투자 방향성을 제시하는 CIO의 영향력은 상당히 막강하다. 그러나 전직 최고투자책임자(CIO)들마저 우리나라 연기금과 공제회의 CIO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다며 내부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한 전직 CIO는 “한국은 투자 경력보다 물리적인 나이나 학력 등 외적인 조건을 우선시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CIO를 뽑지 않는다”며 “공정한 절차에 따라 유능한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치인과 공무원 손에서 벗어나야 온갖 이슈에 시달리지 않고 투자에만 집중할 수 있는데, 본질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이다보니 손실에 대한 피해는 오로지 국민(회원)이 짊어져야 한다”며 “지금도 절박한 상황인데 수익률 제고는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기대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비전문가나 외부인들의 개입으로 제대로 된 투자 판단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수익률 제고’라는 본질적인 목적이 흐려졌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열린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산만한 의사결정 구조를 꼬집으며 전문가 위주의 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수였다.

IB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할 때 운용사나 기업 지배구조는 엄청 따지면서 점수를 매기는데 정작 자기네 지배구조엔 무관심하다”며 “장기적으로 시장 상황에 덜 흔들리는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수익률을 높이고 싶다면, 능력 있는 운용역과 CIO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일할 수 있는 구조와 환경이 갖춰지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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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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