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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실패한 레고랜드 대출…신평사는 왜 최고등급을 줬나

  • [레고랜드 ABCP 미상환 파장]
  • 대출 유동화한 '아이원제일차' 등급 C로 강등
  • 한신평·서신평 당초 A1 부여이유는 강원도 지급보증
  • 금융계약서상 보증 명확…의회 의결 여부는 엇갈려
  • 강원도 "지급방침 명확…방법과 시기 논의 중"
  • 등록 2022-10-04 오후 5:46:55
  • 수정 2022-10-05 오후 3:01:08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4일 17시 46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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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강원도 춘천에 테마파크 레고랜드를 건설하면서 이뤄진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CP)이 상환기한을 넘기면서 신용평가사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이 ABCP에 부여한 신용등급이 A1으로 기업어음 신용평가 등급체계상 가장 우량한 수준이다.

ABCP 상환불능 상태가 되자 신용평가사들이 부랴부랴 등급을 ‘C’로 하향조정했지만, 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회생절차 신청 방침이 알려진 이후라 늑장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원제일차’ 등급 A1에서 C로 강등

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30일 레고랜드 대출채권 ABCP인 ‘아이원제일차’의 등급을 기존 ‘A1’에서 ‘C’로 낮췄다. 등급전망은 ‘하향검토’를 유지했다. 똑같이 ‘A1’ 등급을 부여한 서울신용평가 역시 같은 날 ‘C’로 낮췄다. ABCP 만기일에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확인됐고 강원도의 공문 내용을 감안할때 단시일 내에 강원도가 지급금 지급 의무를 이행할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아이원제일차’에 대한 등급평가는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에 먼저 의뢰했으나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에 거절당하고 한신평과 서신평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설은 11년에 걸쳐 진행된 프로젝트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011년 9월 강원도가 영국의 멀린엔터테인먼트 그룹과 춘천에 레고랜드를 짓기로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지만, 이후 11년 동안 기공식만 세 번 하고 준공 시기도 7차례나 연기하는 등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사업부지에서 1400여기의 청동기 시대 유구가 발견되면서 사업 진행이 중단되기도 했고 시행사의 자금조달 난항으로 지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A1을 부여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인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레고랜드 개발사업 토지매매 관련 합의서에 “기초자산의 기한이익이 상실되는 경우 강원도는 대출약정상 대출약정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미상환 대출원리금 상당액에 해당하는 지급금을 유동화SPC에 지급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돼 있다. 강원중도개발공사가 회생, 파산 등에 처해 아이원제일차에 대한 채무가 감경되거나 면제되더라도 강원도가 지급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이같은 채무보증이 강원도의회의 의결을 받았는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만일 의회 동의 없이 진행됐다면 법리 다툼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강원도의회의 동의를 거쳤는지 여부를 놓고 도의회 의사록에 다소 엇갈리게 진술돼 있다.

강원도 채무지급 의무 방침…시기나 방법은 불확실

일단 작년 10월 도의회 임시회에서는 ‘도 예산 외의 의무부담(환매의무) 이행 유예 동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현재 재정 상태와 연말 자금수지를 감안할 때 BNK투자증권으로부터 차입한 대출금 만기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강원도의 환매의무 절차 이행을 위한 기한을 기존 2021년 11월27일에서 2023년 11월28일까지 2년 유예하고 현대 3.1%인 금리를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5%대 초반으로 변경해 대출을 연장하는 건이다.

당시 담당 국장 설명으로는 최초 210억의 강원도의 환매의무 대출약정서를 2013년 12월 체결했고 2014년 11월에 규모를 2050억 원으로 확대하는 변경 대출약정을 체결한데 이어 2018년 12월 레고랜드코리아 조성사업의 강원도 권리의무 변경 동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2020년 10월에는 재무개선 동의안을 통해 기존 금융사인 한국투자증권에서 BNK투자증권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지난 7월 강원도의회 본회의 회의록을 보면 한 도의원이 “강원도가 엘엘개발(강원중도개발의 옛 이름)과 계약 체결 중 의회 의결사항임에도 불구하고 2050억 원의 채무보증을 의회 동의 없이 진행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나신평 관계자는 “적법한 수권절차, 적정한 금융계약 체결 여부가 점검 포인트인데 한신평이나 서신평이 올린 평가보고서를 보면 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할 경우 강원도가 무조건 의무를 부담하게 돼 있다”며 “계약상 내용으로 봤을 때 등급평가시 중요시하는 요인이 반영돼 있는 만큼 신평사의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채무지급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아직 법원에 중도개발공사에 대한 기업회생 신청을 하지는 않은 상태”라면서도 “강원도가 대출약정 등에 대한 책임을 관련 절차와 법령에 따라 이행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강원중도개발의 파산 가능성이 작년부터 거론돼 왔던데다 지난달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 신청 방침을 밝혔는데 30일에서야 등급을 낮춘 것은 다소 늦었다는 평가다.

게다가 강원도 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점도 등급에 반영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강원도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24.7%로 전국 평균 45.3%를 크게 밑돌고 있고, 전국 17개 시도 중 3번째로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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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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