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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C 매각 무산 책임공방…‘빅딜 대신 상처만 남을라’

  • 4조 빅딜 여의도IFC 매각전 끝내 무산
  • 매각 무산 이유로 서로 지목 '새국면'
  • 2000억원 계약금 반환두고 갈등 조짐
  • 빅딜 결렬…양측 모두 부담으로 작용
  • 등록 2022-09-29 오후 4:40:55
  • 수정 2022-09-29 오후 4:40:55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9일 16시 4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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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시작은 좋았다. 서울 한복판, 내로라하는 금융사들이 밀집한 지리적 이점에다 초고층 오피스 3개동과 호텔, 쇼핑몰을 패키지로 인수할 기회였다. 인수만 하면 서울 금싸라기 땅을 찜할 기회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4조원 넘는 금액을 베팅한 끝에 새 주인이 가려졌고, 계약금 2000억원까지 내며 ‘올해를 수놓을 빅딜’이 또 하나 터지는 듯했다.

파는 쪽도 흡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16년 2조5500억원을 들여 매입한 뒤 6년 만에 1조4500억원의 차익을 벌기 일보 직전이었으니 말이다. 무난하게 흐르는 듯했던 스토리는 해피엔딩을 맺지 못했다. 본 계약 단계에서 잡음이 생기며 끝내 매각이 깨졌고, 서로에게 책임을 묻는 처지로 급변했다.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각 관련 이야기다.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사진=IFC)
‘IFC 매각 무산은 네 탓’…책임공방 본격화

4조원대 빅딜로 관심이 쏠렸던 IFC 매각이 무산되면서 매각 측인 브룩필드 자산운용(브룩필드)과 원매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이 잡음이 커지고 있다. 매각 무산의 책임을 서로에게 묻는 가운데 2000억원 규모 이행보증금 반환을 앞두고 양측이 충돌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자칫 법적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브룩필드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짊어질 부담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브룩필드의 IFC 매입 협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8월 IFC 매입을 위한 ‘세이지 리츠’를 설립했지만, 영업인가를 받지 못하며 매각 무산으로 이어졌다. 급격한 금리·환율 인상 여파로 시장 유동성이 말라붙은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IFC 매각 무산을 두고 브룩필드가 싱가포르에 있는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을 인수하는 형태로 역외거래를 제안하면서 매각 차익 세금 납부를 회피하려 했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공식 입장을 자제하던 브룩필드 자산운용은 정면 반박에 나섰다. 브룩필드는 28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매각 협약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계약상 의무 불이행 때문에 해지됐다”며 IFC 매각 결렬 책임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세금 회피 목적 역외 거래 주장에 대해서도 “브룩필드가 실행하려던 역내 거래(on-shore transaction)는 브룩필드가 2016년 IFC를 인수한 이래 창출한 가치에 따라 한국 과세 당국에 상당한 세수를 제공했을 것”이라며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

양측이 가시적인 움직임에 나서면서 매각 무산을 둘러싼 책임 공방은 본격화한 상황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수천억원 규모 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타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5월 IFC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매입 양해각서 체결과 함께 2000억원 규모의 이행보증금을 냈다. IFC 인수 협상이 엎어지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보증금 반환을 위해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국제분쟁 중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IFC몰. (사진= IFC)
IFC 빅딜 깨지면서 양쪽 다 리스크 직면

양해각서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매입을 위해 설립한 리츠가 우선협상 기간까지 영업인가를 받지 못하면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간의 설명대로 해당 조건이 계약서에 있다면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브룩필드 측이 리츠 영업인가 미승인 책임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있다며 해당 조항 무효를 주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이해충돌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법적 공방이 치러질 경우의 수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과거에도 계약금 반환 소송을 경험한 적이 있다. 지난 2020년 미국 내 15개 호텔 인수를 두고 중국 안방보험과 벌인 법정 다툼에서 승소하면서 7000억원에 가까운 계약금을 안방보험으로부터 돌려받은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안방보험 소송 때 손발을 맞춘 법률자문팀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최고의 빅딜로 남을 뻔한 IFC 매각전 무산은 직간접적으로 양측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보증금 반환 문제가 눈앞의 과제지만 향후 이어질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도 과제로 떠올랐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입장에서는 계약금을 냈다가 돌려받는 과정을 2년 만에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 트렉 레코드(투자이력) 측면에서 반길 일은 아니다. 미래에셋이 IFC 매각을 위한 리츠 인가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브룩필드가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란 점도 평판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명 과정에서 리츠 무산의 책임을 자칫 인가 기관(국토부)에 전가하는 그림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브룩필드 측도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2016년 IFC 인수 이후 엑시트(자금회수)를 노리던 브룩필드 측으로서는 매각 무산 자체만으로 부담이라는 평가다. IFC 인수를 위해 사용한 펀드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빨리 IFC 새 주인 물색에 나서야 하는데 양측간 법리 공방에 자칫 아까운 시간을 날릴 처지에 몰렸다.

최근 론스타 사건 재조명으로 외국계 운용사에 대한 색안경이 씌워진 상황에서 IFC 매각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평가와도 싸워야 한다. 세금 회피 등에 있어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데 안간힘을 써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계약금을 돌려받느냐를 두고 양측이 들여야 할 법리 비용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IFC 매각전이 잘 끝났다면 양측 모두 내세울 빅딜로 남을 수 있었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양측이 짊어질 리스크 또한 적잖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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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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