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내로라 사모펀드 제치고…오스템 인수 낙점받은 비결은

  • [오스템임플란트 빅딜]
  • 일찍이 산업 가능성 본 UCK에 손 들어준 최 회장
  • 메디트 투자로 회사 성장시킨 이력도 주목
  • 덴탈 산업 관계자들 사이 긍정적 평판도 영향
  • 등록 2023-01-25 오후 4:45:21
  • 수정 2023-02-02 오후 1:27:15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5일 16시 45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가입하기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믿을만한 곳이니 만나 보시죠.”

지난해 1월 상장사 역대 최대 규모(2215억 원)의 횡령 사태가 터졌던 오스템임플란트(048260)는 국내외 사모펀드(PEF)운용사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들은 회사를 자신에게 매각하라며 오스템임플란트의 최규옥 회장을 찾아갔지만, 최 회장은 덴탈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회사의 명예를 회복시킬 적임자가 없다고 보고 완강한 거부 의사를 드러내 왔다.

메디트를 인수해 키워오던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가 지난해 봄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일찍이 덴탈 산업에 대한 가능성을 알아봤다는 점은 타 운용사들과 분명한 차별점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특히 보수적인 덴탈 산업 관계자들로부터 ‘진실성 있는 운용사’라는 평가가 속속 나오자 최 회장은 본격적으로 논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UCK가 내로라하는 국내외 PEF 운용사들을 제치고 인수를 주도하게 된 배경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사옥 전경.
최 회장 마음 연 이유 “일찍이 업계 가능성 본 UCK”

25일 오스템임플란트는 국내 사모펀드운용사인 UCK와 MBK파트너스가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주식회사’가 회사 인수를 위해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공개매수가격은 19만 원으로 설정됐다.

국내외 PE들이 탐내던 오스템임플란트를 UCK 주도의 컨소시엄이 인수할 수 있던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지난해 봄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횡령 사태가 터진 이후 상당수의 국내외 PE 관계자들은 오스템임플란트 문을 두드렸다. 멀끔히 양복을 빼입고 다가가 소위 ‘똑똑한 말’을 늘어놓는 이들에게 최 회장은 마음을 좀처럼 열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 치과를 운영하다 임플란트 분야를 개척해 어렵게 일궈낸 회사인 만큼, 신뢰 없이는 경영권을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봄, UCK가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국내외 PE들이 잘 건드리지 않았던 덴탈 산업에 일찍이 투자하며 업계 사정을 훤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과 덴탈 산업에서 쌓아온 긍정적 평판 등이 여타 운용사들과는 차별화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가장 높이 산 것은 덴탈 산업에 대한 UCK의 혜안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UCK는 국내외 치과 업계에서 구강 스캐너 사용률이 10% 안팎이던 지난 2019년 치과의료기기 산업에도 디지털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하고 3D 구강스캐너 기업인 메디트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메디트 제품은 하드웨어를 토대로 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기술력 측면에서도 차별성이 크다고 봤다.

UCK의 이러한 예상은 적중했다. 3D 구강스캐너 시장 규모는 2022년 1조3250억 원 수준에서 2026년 약 2조2525억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UCK가 인수 3년도 되지 않아 메디트의 기업가치를 대폭 끌어올렸다는 점 또한 플러스 요소로 작용했다. 실제 메디트는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앞세운 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쟁사들이 고전하는 와중에도 큰 폭의 매출 성장률을 이뤄냈다.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UCK는 지난해 말 메디트를 MBK에 2조4000억원에 성공적으로 매각하기도 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스마트한 결정도 한 몫…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투자은행(IB) 업계에선 UCK가 동북아 최대 사모투자운용사인 MBK를 이번 딜에 끌어 들였다는 점 또한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내린다. 메디트를 인수하는 등 헬스케어와 덴탈 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데다 인수금융 없이도 자금 동원이 가능한 몇 안 되는 토종 운용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 북미 등 MBK가 갖춘 글로벌 네트워크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장기적인 성장을 지원해줄 수 있다는 점 또한 플러스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공개매수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가운데 이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점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UCK 컨소시엄이 설정한 공개매수가격은 공개매수일 이전 1개월 및 3개월 간의 평균종가(13만5631원, 12만5948원)에 각각 40%와 51%의 프리미엄을 적용한 가격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 중 최고가 수준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수 세력이 몰리면서 주가가 공개매수 이상으로 오를 경우엔 시나리오가 자칫 달라질 수 있다. 공개매수 매력도가 떨어지는 만큼,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다만 이번 공개매수가 최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할 때 통상 적용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모든 소액주주들에게 동일하게 제공하는 이례적인 케이스인데다 전체발행주식의 15.4% 이상만 공개매수에 응하면 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SRE 랭킹
※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