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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늘었는데 구조조정'…다올투자증권 뜯어보니

  • 이자비용, 1년 새 6배로 폭증
  • 영업 현금흐름 3년째 '적자'
  • 부동산 침체에 IB딜 '기근'
  • 고정비 줄이려면 감원 불가피
  • 등록 2022-11-25 오후 10:08:31
  • 수정 2022-11-26 오후 11:28:18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5일 22시 08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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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다올투자증권이 실적호조에도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내년에도 부동산경기 부진이 예상된 만큼 ‘고정비 절감’을 위해 선제적 인력 감축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올해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한데다, 영업 현금흐름이 수년째 ‘마이너스’일 정도로 현금사정이 좋지 않다.

이자비용, 1년 새 6배로 폭증…영업 현금흐름 3년째 ‘적자’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1324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누적 이자비용은 1331억원으로 6배 넘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누적 이자보상배율은 0.99배로, 1년 전(4.52배)보다 78%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활동에서 번 이익으로 이자도 낼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경우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볼 수 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이자부담이 늘어난 것은 회사가 작년 4분기 유진저축은행(현 다올저축은행)을 인수한 영향이다. 다만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도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이자비용(457억원)은 전년 동기대비 135.2% 늘어났다. 이자보상배율은 작년 3분기 말 4.43배에서 올해 3분기 말 1.92배로 56.7% 떨어졌다.

현금사정도 좋지 않다. 회사가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흐름은 지난 2019년부터 3년째 ‘마이너스’를 지속했다. ‘영업에서 창출한 현금’은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뜻한다. 이 수치가 계속 마이너스인 것은 영업이익을 벌어도 실제 돈은 안 들어온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 영업이익에 부실 우려가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다올투자증권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흐름은 지난 2018년 1941억원이었지만 △2019년 -6011억원 △2020년 -8185억원 △2021년 -643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는 -4700억원이다. 오는 4분기에 이를 상쇄할 만큼의 ‘플러스’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올해에도 연간 기준 ‘마이너스’를 피하긴 어렵다.

불과 지난 상반기만 해도 다올투자증권은 승승장구했다.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다올투자증권이 2008년 증권사로 전환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1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6% 증가했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957억원으로 3.2% 증가했다.

부동산 침체에 IB딜 ‘기근’…고정비 줄이려면 감원 불가피

하지만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올 하반기 부동산 금융을 비롯해 다올투자증권이 소화한 투자은행(IB) 딜이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는 부동산 PF영업 등으로 실적을 쌓고 본사 조직도 확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반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먹거리가 없어진 것이다.

시행사들이 치솟는 이자비용·건축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아파트,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등 각종 부동산 개발사업을 대거 중단한 여파다. 특히 다올투자증권은 단기자금 시장 경색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발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불황을 맞은 기업이 유동성 문제 등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고정비용을 줄여야 한다. 회사가 오는 28일까지 정규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도 고정비용 중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분기보고서를 보면 다올투자증권의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5000만원이다. 판매 및 관리비에 포함된 급여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1629억3300만원으로, 전년 동기(1456억7100만원)보다 11.8% 증가했다.

다올투자증권에서 부동산 금융업무를 맡은 IB 영업직원 중 상당수는 계약직이다. 내년 부동산시장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 IB 인원을 전부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업을 제외한 경영 관련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재신임 여부는 연말에 결정될 예정이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내년 추가 금리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부동산시장은 주식·채권시장보다 더디게 움직이는 만큼 단기에 반등하기 어렵다”며 “일정 기간 먹거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비대한 몸집을 유지할 수 없어 희망퇴직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서도 유휴인력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경기가 어려워진 만큼 인력 조정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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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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