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사이 나쁜 여의도와 강남…요원한 증권사-VC 협력

  • [기댈곳 없는 K-벤처]③
  • 벤처 잘 모르는 증권사, 잘 아는 VC
  • “벤처기업 지원 위해 협업 체계 마련돼야”
  • 실리콘밸리는 IB-VC 협업 활발
  • 등록 2022-08-25 오전 6:00:00
  • 수정 2022-08-25 오전 8:45:05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5일 06시 0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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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흔히 여의도와 강남이 사이가 나쁘다고들 한다. 메이저부터 중소형까지 증권사들이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고, VC는 대부분 강남에 몰려 있는 것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VC와 잘 협업하지 않는다. 두 금융업자들 사이에는 넓은 강과 같은 시각 차이가 있다. VC는 증권사가 기업 이해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증권사들은 VC가 있어 벤처기업 몸값과 눈높이만 올린다고 지적한다”

전직 벤처캐피탈(VC) 출신 스타트업 대표가 증권사가 VC와 증권사의 협업이 없는 배경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협업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관 간에 업무적 편견만 많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4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벤처기업 전문 대출 ‘벤처뎃(Venture Debt)’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벤처금융 전문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제공하는 혁신기업 대출 모델을 차용한 대출 상품이다. 모델 도입을 위해 관련 사업성 검토에 나서고, 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을 연결해주는 중간 브로커와 접촉해 자금 지원을 시도하는 상태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벤처대출이 벤처기업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 쉽지 않은 양상이다. 증권사들이 도입하는 벤처대출 기본 모델이 벤처기업 부담만 늘리는 구조기 때문이다. 평균 12~13% 이상의 고금리에 거치기간 없는 원리금상환 방식이다.

VC업계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 모델을 도입했지만, 해외처럼 성장성을 지원할 수 있는 유형의 대출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들의 낮은 벤처기업 이해도가 문제로 꼽힌다. 사업 구조에 대해 이해도가 부족하니 벤처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될 상생형 대출 모델 마련을 못한다는 평가다.

한 대형 VC 소속 심사역은 “증권사는 투자경험이나 데이터가 누적된 것이 없어서 벤처기업 이해도가 극히 낮다. 벤처기업 IPO를 포함해 자금 조달 등 기업금융 업무를 맡을 때 그 기업이 우리가 투자한 트랙레코드에 있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기업 속사정과 재무상태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해온다”며 “그런데 이런 것을 공식적 업무 제휴나 그런 형태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개별 건이 있을 때마다 건너건너 지인 통해 문의해오는 식이라 체계적으로 돕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단계 투자경험은 VC쪽이 큰 편이다. 벤처캐피탈협회가 발표한 ‘벤처캐피탈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해 동안 3년 미만의 창업 초기기업에 지원한 대금 규모는 1조8598억원, 3년 이상 7년 미만의 중기기업에 지원한 자금은 2조3390억원에 달한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초기와 중기 성장기업에 대한 자금조달 실적이 미미한 수준이다. 중소기업 특화증권사가 출범한 지난 2016년 이후 4년간 지원 실적이 1조원에 그친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국내 VC는 정책자금 위주로 펀드를 운영하며 자금을 투입하는 성향이 있는 반면, 증권사들은 다양한 LP를 끌어들일 수 있는 자금조달 역량이 있다”며 “그러나 VC가 스타트업과 벤처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고 증권사는 투자 경험이 극히 적으니 이해도도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VB가 좋은 기업을 골라내는 비결이 VC와 협업해 그들이 투자한 기업 중에서 고른다는 점이란 것에 착안해 업무적 협업 모델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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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2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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