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보이지 않는 이사장 손…CIO 임명 권한 있으면 눈칫밥 더한다

  • [기관투자가 불편한 지배구조]③
  • 국내 기관투자가 이사장과 CIO는 '투트랙'
  • 이사장은 CIO 자산 운용에 관여하지 않아
  • 가끔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며 눈치 줄 때도
  • "직원들 역량 믿고 CIO 판단 존중해줘야"
  • 등록 2023-05-17 오전 3:00:00
  • 수정 2023-05-17 오전 3:00:00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03시 0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가입하기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국내 기관투자가 조직도를 살펴보면 이사장 산하 체제로 구성돼 있지만, 공식적으로 이사장은 자산운용을 총괄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 물론 이사장과 CIO의 호흡이 좋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둘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공식석상에서 같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관례처럼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사장이 CIO의 임명 권한을 가진 곳도 있을뿐더러 자산운용본부를 포함한 모든 부서를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대부분 국내 기관투자가가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가운데, 일부 이사장들이 CIO와 실무진들의 투자 의사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내부에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부 기관투자가 이사장들이 지난해 수익률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을 우려하며 투자 업무에 관여하는 횟수가 늘어나 내부에서도 불만이 생기고 있다. 이사장들도 시장에서 알아주는 전문가들이지만, 대부분 정부부처나 유관기관 근무 경험이 긴 공무원들이기 때문에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반면, CIO들은 모두 자본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외부 전문가들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 경영보다 수익률 제고에 전력을 쏟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개인 특성마다 다르지만, 기관투자가 이사장의 다음 단계로 정치권에 입문하려는 사람도 꽤 있다”며 “CIO 임기 연장의 인사권을 이사장이 갖고 있으면, CIO들은 대체로 취업 제한 때문에 한 기관에 오래 남고 싶어하니 이사장 입맛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를 할 때 운용팀 실무자들과 CIO의 의견이 매우 중요한데, 결정권자인 이사장이 세부 투자방향에 관해 이래라 저래라 하면 무시할 수 없어서 곤란한 경우가 있었다”며 “지난해 시장이 안 좋아서 성적이 나빴지만, 직원들을 믿고 기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기관투자가 CIO의 임명 권한이 이사장에게 있으면 투자 프로세스상 상부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구조다. 대표적으로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 CIO도 기금이사추천위원회 추천과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이사장이 임명한다.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CIO들이 이사장 산하에 있는데, 투자에만 집중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기금을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이사장 자리가 공백이며, 사학연금은 주명현 이사장 후임자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은 CIO 책임이지만, 이사장이 공직 출신이면 모든 것을 장악하려는 심리가 종종 있다”며 “기관과 이사장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해외 기관에서는 CIO와 투자 얘기를 하고 싶어하면서 행사에 같이 참석한 이사장이 찬밥 신세가 돼 곤란한 경우도 봤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당연히 최종 결정은 이사장의 몫이라 CIO와 정보를 공유하는 구조이지만, 공직사회 길을 걷던 공무원 출신 분들이 그동안의 업무 방식을 기관에도 적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RE 랭킹
※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