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격랑의 금리' 마주한 사모대출…위기냐 기회냐 '기로'

  • PEF 운용사 사모대출 속속 진출
  • 사모대출 AUM 1년새 69% '껑충'
  • 출렁이는 금리 감안한 전략 관심
  • 리스크 경쟁 속 원금 손실 가능성
  • 중위험·중수익 투자처 취지 희미
  • 등록 2023-02-01 오전 5:00:00
  • 수정 2023-02-01 오전 5:00:00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1일 05시 0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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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금리가 지붕을 뚫을 것처럼 치솟더니, 최근엔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금리 흐름에 자본시장에서는 ‘포춘텔러’(점쟁이)가 늘었다. ‘가파른 금리 인상기를 지나 안정기 초입에 들어섰다’고 말하는가 하면 ‘하반기는 돼야 금리가 꺾일 것’이라며 한발 물러난 입장을 내기도 한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한 박자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인수금융 금리 급등에 지난해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새해 들어 드라이파우더(펀드 내 미소진 금액)에 여유가 있는 운용사를 중심으로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다. PEF 운용사들이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해 뛰어든 사모대출펀드도 올해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격랑의 금리를 서핑하듯 타고 들어가 수익률을 올릴 것이냐, 파고를 이기지 못하고 쓸려 내려갈 것이냐 갈림길에 서 있다.

사모대출시장 1년새 69% 급등…격전지 급부상

사모대출은 사모로 자금을 모집해 기업을 상대로 대출을 해주거나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PDF와 사모신용펀드(PCF·Private Credit Fund) 등이 대표적이다. 지분(Equity) 투자가 아닌 대출 형식으로,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과는 결을 달리한다.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따박따박 올릴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가 부각되며 PEF 운용사들 사이에서 사모대출시장 참여 흐름이 강하게 일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이 이달 3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조성된 사모대출펀드 운용자산(AUM)은 2021년 12월 기준 17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9% 성장했다.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PEF 운용사의 대출형 펀드 조성·운용이 가능해지자 사모대출펀드 조성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MBK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VIG파트너스, 글랜우드PE 등이 사모대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국내 사모대출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글로벌 PEF 운용사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이 지난해 5월 11억 달러(1조3900억원) 규모의 아시아 크레딧 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베인캐피탈도 같은 해 6월 2조5000억원 규모의 스페셜시츄에이션 아시아 2호 펀드를 마감했다. 미국과 영국에 본사를 둔 아폴로(Apollo)도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경쟁에 동참했다.

국내외 대형 PEF 운용사들이 속속 참여한 사모대출시장은 ‘누가 더 공격적이냐’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 경쟁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가 더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느냐’ 문제로 귀결된다. 이는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시장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사모대출 큰 장…리스크 줄이는 딜소싱 핵심

최근 자본시장에는 돈을 빌릴 데가 마땅치 않은 기업들이 쏟아진 상황이다. 한때는 서로 투자하겠다던 지명도 있는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지금은 거품이 빠졌지만, 향후 치고 올라갈 것이라는 대형 물류센터나 도심권 초대형 오피스도 투자 대상에 포함된다. 돈만 빌려주면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투자처나 기업들이 이전과는 몰라보게 늘어난 셈이다.

결국 사모대출을 굴리는 PEF 운용사 입장에서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접근하느냐가 중요해졌다. 돈을 빌려주면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딜소싱(투자처 발굴)이 핵심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모대출업무를 맡고 있는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금리 인상 여파로) 투자처는 역대급으로 늘어난 상황이다”며 “어떤 투자처가 리스크도 적고,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분류하고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한때”라고 말했다.

사모대출 큰 장이 열렸지만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워낙 가변적이다 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모대출 금리설정이 운용사들의 경쟁력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대출금리를 낮춰 잡자니 재차 불거질 금리 인상 국면이 아쉬울 수 있다. 반대로 남들이 받는 만큼의 금리를 설정할 경우 물량(자금) 공세로 치고 들어올 경쟁사들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자칫 잘못 투자했다가 원금 회수도 못 하는 시나리오다. 최근 미국 자본시장에서 번지고 있는 대규모 환매 요청 이슈를 보면 걱정이 생길 만도 하다.

지난해 3월 480억원 규모 영국 신재생에너지발전소 대출 투자 펀드인 ‘포트코리아그린에너지 제 1~4호’ 환매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발전소 건설을 맡은 업체의 경영 악화 여파로 펀드 만기인 6월에 투자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까지나 ‘안정적인 먹거리’로 시작한 사모대출인데, 원금 보장조차 안 되는 결론을 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얘기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리스크가 커지면 당초 취지였던 중위험·중수익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닌가”라며 “자산운용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확실히 (수익률이) 깨지지 않을 투자처로 자금이 몰릴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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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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