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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CIO 시한부 임기…내부 직원들도 좌불안석

  • [기관투자가 불편한 지배구조]②
  • 국내 CIO 임기 '2+1년' 등 2~4년 다수
  • 짧은 계약기간 탓에 '성과 대물림'은 기본
  • 투자 망치고 떠날까 내부 직원들 발 동동
  • 올해는 시장 변동 커 대체로 연임 분위기
  • 등록 2023-05-17 오전 1:20:00
  • 수정 2023-05-17 오전 1:20:00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01시 2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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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기관 업무 파악하는 데 1년, 뭐 슬슬 시작해보려면 1년이 지난다. CIO(최고투자책임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성과를 더 내기 위해 항상 고민하지만, 임기가 짧아 동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지난해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양호한 성적으로 선방한 CIO가 처음 부임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털어놨다. 수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불려야 할 의무가 있지만, ‘최고투자책임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5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임기 탓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대부분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 CIO의 임기는 기본 2년이고, 연장한다고 해도 1~2년 정도라 최대 4년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당사자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들마저 2~3년마다 조직 분위기가 바뀐다며 불안감을 호소한다. 내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CIO 임기가 최소 5년 이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올해 시장 변동 탓 CIO들 연임 분위기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도윤 노란우산공제 CIO와 이규홍 사학연금 CIO, 한종석 경찰공제회 CIO 등 순으로 올해 임기가 끝난다. 이들 임기는 모두 2년이며 근무실적 평가에 따라 노란우산공제와 사학연금은 1년 단위로, 경찰공제회는 최대 2년까지 재계약이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시장 상황이 안 좋았던 만큼 내부에 변화를 주기보다 그대로 유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하면서 대체로 연장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한 공제회 CIO는 “CIO가 어떤 실적을 냈느냐에 따라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며 “최근 몇 년간 기관투자가 성과가 좋았는데, 이제 CIO 임기가 끝나서 바꾸려고 하니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까 기관도 안정적으로 운용을 이어나가기 위해 올해 연장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투자가 CIO 임기는 기본 2~3년으로 그 이후엔 1~2년씩 연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국내 3대 연기금은 CIO 임기가 2년이며, 운용실적에 따라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 현재 이규홍 CIO도 지난 2019년 10월 임명된 이후 1년 단위로 두 차례 재계약에 성공하며 총 4년간 자금운용관리단 수장을 맡고 있다.

연기금 관계자들은 연장 횟수에 한도를 정해놓진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1~2번만 재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한 사람당 총 3~4년씩 CIO를 맡는 게 관례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행정공제회는 기본 3년에 연임 시 추가로 최대 3년까지 총 6년, 군인공제회는 기본 3년에 연임 최대 1년까지 총 4년 등이다. 대체로 경영 공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임기가 끝났어도 후임자가 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편이다.

“최소 5년 임기여야 실력 판가름 가능”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인 만큼 외부 개입을 차단하고 투명한 경영 및 자금운용 등을 위한 목적으로 CIO 임기를 제한하고 있지만, 당사자는 물론 내부에서도 짧은 임기가 투자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혹시나 CIO가 잘못 투자하고 떠나면 그 손실에 대한 책임은 직원들이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목표 수익률을 달성해야 하는 조직이라 CIO가 떠난 이후 성과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한 공제회 과장급 실무자는 “막말로 CIO가 엉망으로 투자하고 떠나면 그 책임은 모두 남은 직원들의 몫이 된다”며 “CIO들이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는 건데 임기가 끝나고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늘 노심초사하고 있고, 짧은 임기로 내부 분위기가 자주 바뀌어 적응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현 CIO들은 지금 나타나는 성과가 전 CIO의 것이고, 지금 투자를 해도 미래 CIO의 성과로 드러나니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콘퍼런스에 참석할 때면 글로벌 유수 연기금 CIO들이 매번 새 얼굴 등장에 낯설어한다고도 전했다.

CIO 경력이 있는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포럼에 참석했는데, 해외 연기금 CIO가 한국 CIO들은 임기가 너무 짧아서 발전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직접 지적하기도 했다”며 “장기 투자하는 기관 특성상 현 CIO들의 성과가 본인의 것이 아니니 운용 실력을 판가름하려면 최소 5년 이상 근무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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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회 SRE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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